경봉대종사 추모다례재에서 <한국 근현대선 연구> 봉정식
동국대학교 종학연구소 소장 정도스님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디지털 기술과 불교를 접목하여 ‘행복 불교’를 구현하는 데 힘쓰고 있다. 지난 5월 16일 동국대학교 혜화관 고순청세미나실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는‘동국의 불교, 전통에서 배우다’라는 주제로 선학과 명상, 한국불교의 전통을 현대 디지털 기술 및 AI와 융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오는 11월까지 20여 회에 걸쳐 진행될 학술대회와 서울국제명상엑스포는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종학연구소가 주관한다. 본지에서는 동국대학교 종학연구소 수장인 정도스님으로부터 한국불교학 연구와 스님이 걸어온 길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졌다.
10살 동자승의 수행일대기
충청도 예산의 한 시골 마을. 열 살 꼬마는 여느 아이들처럼 한참 뛰노는 나이였지만, 부모님의 깊은 뜻에 따라 절로 향했다.
부모님은 “절에 가면 공부도 잘하고 좋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다”라는 믿음으로 어린 아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그렇게 외동아들은 부산 사리암이라는 낯선 작은 암자에서 새 삶을 열었다. 하지만, 그 시절 절에 홀로 남겨진 아이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어린아이였지만 허드렛일은 모두 동자에게 밀려 내려왔다. 쌀 씻고 방앗간에 맡기고 찾아오는 심부름이나 새벽 일찍 마당을 쓸고 어른 스님들 시봉하는 일은 기본으로 도맡아야 했다. 힘들고 바빴지만 그 시간은 동자에게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소중한 자양분으로 남겨졌다.
통도사 강원, 치열한 배움의 시간
그렇게 사리암에서 초중고 과정을 마친 청년은 고등학교 졸업 후 뜻밖의 일을 겪게 된다. 학력고사에서 아쉽게 떨어진 것이다. 좌절할 겨를도 없었다. 오히려 바로 출가를 결심하고 통도사 강원으로 향했다. 1985년 승가대 치문반(기초반) 에 입학한 그는 약 100명 가까운 학인스님들과 함께 생활을 시작했다. ‘하심下心’, 즉 자신을 낮추는 마음을 배우며 진정한 수행자의 길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성실히 4년간의 강원 생활을 마치고 1991년 졸업한 그는 어른스님들의 눈에 들며 뜻밖의 소임을 맡게 되었다. 첫 자리는 쉽지 않은 종무소 총무과장 자리였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똘똘한 일 처리 능력을 인정받아 총무국장을 보좌하는 주요 역할을 훌륭히 해내며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웠다. 스님은 총무과장 소임을 1년 정도 마치고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은사도승 스님이 통도사 인근에 성전암이라는 새 절을 창건했기에 불사에 합류하게 된 것이었다. 법당도 없이 천막에서 시작된 불사는 모든 것이 그의 손을 거쳐야 했다. 마침내 법당이 완성되자, 스님은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고자 했다. 그리고,더 깊은 수행을 찾기 위해 무작정 선방으로 향했다.
문경 봉암사에서 동안거를 나며 성암스님 같은 큰스님처럼 정진하고자 노력했다.
‘스님들의 최종 목표는 깨달음인데 중요한 목표를 놓치면 안 된다. 평생 선방에 다니며 정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한철 지나고 잠시 은사스님을 모시던 중, 정도스님은 또 한 번 깜짝 놀랄 결정을 하고 만다. 바로 뒤늦은 대학 진학.
약 4~5개월간 부산에서 학원을 오가며 수능 준비 끝에 당당히 동국대학교 선학과에 합격했다.
‘찾아가는 행복배달 명상’과 서울국제명상엑스포의 감동
2025년, 정도스님의 하루는 바쁘게 돌아간다. 정도스님은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에서 한국 근현대 선禪연구에 깊이 몰두하고 있으며, 특히 박사 학위 논문 주제였던 경봉선사의 가르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스님은 강단에서 경봉선사의 평생 일기인 『삼소굴 일지』를 교과목의 부제, 『한국 근현대선 연구』로 활용하여 어려운 선문답을 쉽고 간단하게 전달한다.
또한,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 관장으로서 170만 권에 달하는 장서를 학생들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서관의 디지털화와 서비스 개선에 주력 하고 있다. 동국대 중앙도서관은 전자책 확충과 인터넷 접속 편의성 향상에 매진 중이다.
정도스님에게 또 다른 보람은 서울국제명상엑스포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시작된 이 행사는 명상과 선을 통해 대중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치유하는데 기여하고자 마련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의 지원으로 올해 6회째를 맞이하는 이 행사는 ‘찾아가는 행복배달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스님은 이번 엑스포를 통해 동국대학교가 명상의 대중화, 세계화에 기여하기를 소망한다.
현대 사회, 불교의‘회광반조(廻光返照)’를 만나다
정도스님은 현대 사회에서 불교의 가르침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한다. “현대 사회는 외부를 향해 시선을 두지만 불교는 회광반조廻光返照, 즉 안을 보라고 가르친다. 내 마음을 살피는 데서 진정한 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불교가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묻자“ 쉽고 흥미로운 불교 경전 읽기, 온라인 명상 강좌 참여, 대학 불교동아리 활동을 제안합니다”라고 답한다. 스님은 이번 수계법회에 2천여 명의 대학생이 참여하는 등 불교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대폭 증가했다고 전한다.
학술 연구자로서 정도스님은 종학연구소에서 진행했던 학술대회 자료를 SCOPUS 등재지로 발전시킨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는다.
정도스님은 불교 학술원이 다양한 연구 주제를 통해 싱크 탱크 역할을 수행하고, 영문 저널을 통해 국제 학술 교류 활성화에 도움 되길 바란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선방에서 깨달음을 위해 몰두했던 순간들을 가장 큰 행복 으로 기억하며 후학들에게도 “근본적인 공부를 통해 스스로를 찾아가는 화두를 놓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교수로서 훌륭한 제자들을 육성하고 청년의 미래를 여는 마중물 역할에 큰 감사를 느낀다. 정도스님은 “동국대학교 발전에 끝까지 자리해 이바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수행이력
1975년 도승스님을 은사로 통도사 출가
1985년 범어사 자운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1991년 범어사 자운스님을 계사로 구족계 동국대학교 선학과 석박사, 통도사 승가대학 강사
- 現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불교학부 교수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 관장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종학연구소 소장
서울국제명상엑스포 추진위원장
- 본 기사는 월간지 맑은소리 맑은나라 25년 6월호 <초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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